뚝이네

2008년 8월 22일 금요일

(이번에는 비가 많이 와서 카메라가 고장날까봐 꺼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다. 피곤하기도 해서 사진찍을 정신이 없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추적추적 비가 왔다. 방수도 안되는 싸구려 텐트 안에서 자고 있으니 물이 들이쳐서 바닥이 물바다가 됐다. 등은 다졌었고 텐트 지붕에서는 고인 물이 뚝뚝 떨어졌다. 평소 같으면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날도 점점 밝아오기도 했기에 출발을 했다.

평창의 명산, 태기산. 학교 선배의 이름과 똑같아서 찍었더랬지. 비가 와서 그런지 사방에 안개가 깔렸다. 그래도 앞뒤는 보일 정도였으니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온몸이 다 졌었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얼마 안남은거 같아서 계속 달렸다. 어서 집에 가고 싶기도 해서 추워도 계속 달렸다. 꼬불꼬불 험한 산길을 달리다 너무 춥고 배가 고팠다. 춥고 배고프고 난 이미 거지였다.

강을 끼고 있는 도로 옆의 자장면 집에 들어가 추위도 달래고 배도 채웠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비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했기도 해서인지 20일간의 여행에서 쌓인 피로 때문인지 눈이 자꾸 감겼다. 아무리 저속이라곤 하지만 좌측에는 급경사에 강이 흐르고 있었고 떨어지면 큰일이 날거라는 생각을 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행을 하는데 눈이 감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다 잠시 눈을 감았다. 아니, 감긴 것도 모른채 달렸다. 그리고 '쿵!' 눈을 떠보니 우측 도랑에 스쿠터와 함께 뒤집힌 채로 꼬꾸라져 있었다. 휴, 좌측으로 갔으면 강물과 함께 사라질 뻔했다. 졸음운전은 절대로 위험하다. 아무튼 스쿠터를 도랑에서 빼내고 시동을 걸어 봤다. 주변은 산과 강만 있고 가끔가다 보이는 민가 몇개가 전부인 산골이었다. 오가는 차도 없고 비 때문에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고장난다면 진짜... 앞길이 깜깜했다. 다행히 시동은 다시 걸렸다. 행여나 시동이 꺼질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출발했다.

지도를 볼 여유도 없었다. 너무 춥고 피곤해서 가던 길에 어느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깐 쉰게 전부였다.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계속 달렸다. 그리고 성남에 도착했다. 큰외삼촌이 이곳에 거주하시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오려고 맘 먹었기 때문이다. 비에 너무 많이 졌은터라 더이상 움직일 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아버지께 헬프콜을 보냈고 아버지는 현장에서 쓰시는 낡은 트럭 한 대를 몰고 큰외삼촌과 함께 성남 어느 곳으로 오셨다. 홀딱 젖은 내 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지하상가에 가서 당장 입을 옷 한 벌을 사주셨고 그 것을 입고 큰외삼촌과 함께 저녁 밥 한끼를 먹은 후에 할머니 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할머니댁이 이렇게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여태까지 딱히 힘든 일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너무너무 그립고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오늘은 찜질방도 피시방도 가로등 밑도 아닌 지붕 달린 집에서 달콤하게 잠을 잤다. 처음 출발한게 할머니댁에서였으니까 도착까지 정확하게 끝냈다. 끝에서 헬프미를 외쳤으니 완벽한 완주는 아니다. 이곳 저곳에서 쪼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것 따위는 잊혀졌다. 다시 스쿠터 여행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 번 해볼만한 여행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이동경로              장평 → 성남
이동거리              178 km
  주  유                6.83 L → 12000 원
 총 비용               14000 원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