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이네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고기를 맛있게 먹고 아파트 단지 담장 너머 주차장에서 잠을 청했다. 주변에 트레일러를 단 트럭과 덩치 큰 차들이 많이 세워져 있어서 '자다가 깔리는거 아니야?' 하며 걱정스러웠다. 혹시나 해서 스쿠터를 바깥쪽에 세우고 잤지만 뭐, 언제나 그렇듯 아무 문제 없었다.

성수기인데도 오가는 차량이 참 없다. 상하행 모두 뻥뻥 뚫린 도로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달렸다. 길 우측에는 바다가 끊임없이 펼쳐져있었고 드디어 강원도에 도달했다. 내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파도가 참으로 거세다. 파도가 칠 때마다 물 알갱이가 내 얼굴에 닿는다. 해변가에 물안개가 피어날 정도였다.
이 해수욕장은 관광용으론 쓰이지 않는지 화장실은 다 헐어있고 놀러온 듯하게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해수욕장 한 구석 암석지대 앞에서 굿을 하는 사람이 전부였다. 촛불을 켜고 무언가를 흔들며 굿을 하는 무당과 그 뒤에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어느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파도가 이렇게 거세게 치는데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바다는 보이는 것보다 무서우니까.

당시에 이 사진은 암석에 부딪쳐 튀어오르는 파도가 매우 높게 올라와 암석의 일부와 파도의 파편을 찍으려한 것이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3년 후에 다시 보니 왼쪽 위에 철조망과 난간, 그리고 집과 같은 초소가 보인다. 군 생활을 해안초소에서 보냈던 난 지금 이 사진을 보고 여기가 해안초소였구나하며 감탄하고 있다. 소설의 복선과 같은 것인가. 그런데 더 큰 복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땐 파도를 찍으려했는데 철조망은 왜 가리고 있는 거냐며 위로 최대한 위로 치켜들어서 찍었었는데 여기에도 복선이 있구나. 군 생활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다. 여기였다. 난 지역을 넘어서면 그곳을 왔었다는 인증으로 이정표와 스쿠터를 함께 찍었다.
근데 이 사진이 뭐가 어떻냐고? 춘천 보충대에서 설레임과 두려움에 젖어 3일 간의 기다림을 넘기고 신교대에 입소했었다. 모두 그렇듯 군용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차창밖의 풍경이 너무 우울해 보였다. '이렇게 바깥을 보는 것도 이제 한동안 못하겠구나' 하며 침울해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곳을 봤다. 서핑보드, 삼척시. 어디서 봤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 사진이다. 스쿠터 여행을 하면서 인증샷을 찍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다니. 사진을 찍을 때 뭔데 이곳은 담장이 이렇게 높고 문도 굳게 닫혀있는지 안이 궁금했는데 그제서야 보게 됐다. 재밌는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지금에서야 추억하지 그땐 아니었다. 아무튼 복선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인증샷을 찍어야됐다. 길을 가던 중에 망상역이 보여 노약자용 램프로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인증샷을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 했다. 3년전 기억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특정기간에만 운영을 한다 했었던 것 같다. 아닌가?;

서서 찍으려니 많이 흔들렸다. 여기 도착했다는 걸 찍으려 했지만 이미 어두워진 상태라 바다는 보이지도 않았고 민박하라는 아주머니들만 길가에 나와 있었다. 민박이야 하고 싶지만 비성수기도 아니고 민박 값이 장난이 아니란 걸 알기에 언제나 그랬듯 노점상에서 오뎅 하나 먹으며 가까운 찜질방을 물었고 그 곳에서 잠을 잤다. 끈적거리는 땀과 암내들을 씻어내고 쌍화탕 한 잔을 마신 후 오랫만에 개운하게 잠을 잤다.

 
이동경로              울진 → 강릉
이동거리              144 km
  주  유                6.85 L → 12000 원
 총 비용               32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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